“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그 긴 시간 동안 나를 생각해 온 걸까?”

“말투도 바뀌셨군요.”

“기쁜걸.”

두 백호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둘은 모두 한때 신이었으나 죽음을 맞이할 때도 그렇지는 아니하였다.

“…….”

“그리 노려보지 말아. 그대도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잖아?”

“예. 당신도 왜 내가 당신을 이리 바라보는지 잘 알지 않습니까.”

“오, 미안해. 잘 모르겠는걸. 나는 그대처럼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서 말이야.” 그가 능청스레 말했다. “다만, 내가 그대를 죽인 게 그리 문제 되지는 않는다는 것만큼은 잘 알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면서 묻는구나.”

“…….”

둘은 그렇게 허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음과 동시에 모든 것이 있었다. 탁자의 한쪽 자리에는 작은 백호가 꽃처럼 앉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그보다 훨씬 큰 백호가 편한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작은 쪽에서 먼저 대화를 시도했다.

“당신이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모든 것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우매한 인간들은 신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합니다. 보십시오. 인간들은 아직도 신을 찾아 기도하며 공물을 바치나 더 이상 저 세상에 신은 없습니다. 저 모든 것이 이제는 아무 효과도 없는 낭비일 뿐입니다. 그동안 신의 힘으로 일궈온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이 기댈 곳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