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함께 놀아보자꾸나!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점쳐보자꾸나! 앞은 타오르는 생이요 뒤는 얼어붙는 죽음이니!”
생명의 화신은 전신이 스스로가 낸 화염으로 덮여 있었다. 그것이 기세를 보이기 위함인지 피와 땀을 숨기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열기만큼은 태양만큼 뜨거웠다. 비에도 꺼지지 않을 불꽃으로 덮인 환염이 지상의 모든 생명에게 스스로의 불길을 겉으로 내보이도록 명하자 즉시 온 대지가 불타올랐다. 모든 인간과 요괴와 동물과 식물이 내뿜는 그 생기란 것은 무척이나 강력하였으니 일대에 만연하던 죽음의 기운을 모조리 집어삼킬 정도였다. 그는 초신성처럼 희게 빛나며 명운에게 돌진했다. 열로부터 발산된 밝은 빛에 백 리 바깥의 이들조차 숲을 바라볼 수 없었다. 명운은 그러한 직격을 맞자 바닥에 나뒹굴었다.
허나 명운은 그저 크게 웃어제낄 뿐이었다. 어찌 그럴 수 없을까? 죽음은 언제나 승리할 수밖에 없다. 죽음이 사라지는 것은 죽음의 죽음을 의미하니, 그것 또한 죽음의 승리이리라. 생이란 것은 결코 사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영원의 끝이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곳이므로, 죽음은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설령 그것이 생명의 신이라 할지라도. 움직이지 않는 환염의 모습이 그저 웃기기만 했다. 곧 명운 자신도, 저곳의 비망과 모리트라는 녀석들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구경하는 이 또는 구경하지 않는 이 모두가 같은 운명을 맞이하리라.
“죽음의 군세는 멀지 않았도다. 공정하고 정대한 죽음이 땅끝부터 끝까지 이르러 그 모든 곳에 죽음이 있으며 동시에 무엇도 없으나 그 모든 곳에 충만하리라—”
명운이 기쁨의 탄식과도 같은 마지막 문장을 내뱉았다.
“—나, 명운의 군사가 될지어다.”
명운을 감싸던 흰 불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비망이 욕지거리를 하며 피하고, 모리트가 객혈을 토하며 부적으로 막아보려 애써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죽음을 미룰 수는 있어도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만물의 법칙이다. 죽음은 무엇보다 강하며 무엇보다 고요하고, 정적이며, 안정되고, 아름답다.
숲의 가운데에서 시작된 죽음의 물결이 넓디넓게 퍼져나갔다. 모리트와 비망이, 요괴들이, 초목과 짐승들이, 더 나아가 숲 바깥의 인간과 요괴들조차도. 살아 있던 것은 생명을 잃고, 살아 있지 않던 것은 본래의 형체를 잃어갔다. 육신을 잃은 혼령들은 허공을 떠돌아다니다 죽음의 신을 찾지 못하자 곧 의지를 잃고 허무로 돌아갔다.
그때, 늪의 한쪽이 들썩였다. 자신을 덮고 있던 것을 밀어낸 뒤, 숨을 크게 내쉬며 몸을 털고 일어선 이가 있었다. 비망이었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우둔한 것들이로다. 이 녀석은 뭔데 마지막에 앞을 가로막았던 건지. 그가 이제는 검게 변해버린 백호의 사체를 발로 툭툭 쳤다. 제에게 도움 따위가 필요할 것처럼 보였던 걸까.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무어라 말을 한 것도 같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으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다. 정 중요한 말이었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살아남았겠지. 반대로 말하자면, 살아남지도 못한 약한 이의 말을 들어 무엇하겠나. 그는 굳이 상대를 까내리는 생각을 억지로 몇 번 정도 더 하며, 그 거슬리는 커다란 몸체를 다시 한 번 발로 스윽 밀어냈다. 녀석이 살아 있던 적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비의 수호자는 찬란히 빛나는 보옥을 바라보았다. 바르샤의 눈. 이것이 있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지. 웃기도 않는 일이었다. 신이라는 작자들이 그런 하잘것없는 물건을 얻자고 싸운 건가? 고작 몇 번의 속삭임에 넘어가버려 저들끼리 국력을 소진시키던 녀석들이든, 제조차 감싸려 낑낑대던 녀석이든 다 한심했다.
“제는 살아남았다.”
“그대들의 비웃음과 모멸을 흘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다!”